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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Review

'마음을 어루만지는 기도, 저 산 너머'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

by 란란란 2023. 3. 15.

 

저 산 너머 영화 포스터
영화 저 산 너머 포스터

1. 영화 정보 

개봉  2020년 4월 30일 

국가  한국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평점  9.07점 

수상  2021년 41회 황금촬영상 은상 수상 

감독  최종태 

출연  이경훈, 이항나, 안내상, 강신일, 송창의, 이열음 등

2. 줄거리

"내 마음 밭 특별한 씨앗을 키운 건, 가족의 사랑이었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그 시절, 가족의 사랑 속에서 마음밭에 특별한 씨앗을 키워 온

꿈 많은 7살 소년이었던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의 이야기를 그린 따뜻한 영화이다. 

 

1922년,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 8남매 중 막내이자 늦둥이로 태어나, 경상북도 군위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수환은 학교 수업 중 방귀를 뀐 친구가 부끄러워할까봐 대신 부끄러움을 이겨내 주는 아이이며, 같은 나이의 생일이 빠른 조카가 대들어 한바탕 몸싸움을 벌이다가도 조카가 우는 모습에 연민을 느껴 함께 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순수한 아이이다.

아버지 김영석 요셉은 평생을 옹기장수로 살아오다 병들고 지쳐 병상을 지키다가 갑자기 피를 토하며 쓰러져 생을 마감한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어머니 서중하 마르티나는 토끼같은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생업에 뛰어들어 살림을 책임지게 된다.

"어머니는 너희들을 위로삼아 하루하루 그 고생을 다 참아온거야."

 

힘든 생활 속에서도 자식들을 위해 하루하루를 이겨낸 어머니. 그러한 어머니에게 막내인 수환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귀한 자식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사제 서품식을 보고 감동을 받은 어머니는 수환의 형 동한과 막둥이 수환에게 사제가 되라고 권한다. 

"사제 서품식 하는 거 구경했어, 어머니는 너희들이 신부님이 되었으면 좋겠다."

"싫다, 나는 신부님 안 할 거다."

형인 동한은 순순히 어머니의 뜻을 따르지만,  7살의 어린 나이에도 어머니의 고생을 누구보다 잘 아는 수환은 가족을 위해, 어머니를 위해 빨리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인삼장수가 되고 싶어 마음이 복잡해진다. 

 

어느 날, 수환은 친구의 괜찮다는 말만 믿고 복숭아 서리를 하다가 친구의 아버지에게 들킨다. 수환이 살고 있는 동네는 작은 동네이기에

수환의 어머니에게도 이 소식이 전해진다. 

"수환이 오늘 뭐 하고 놀았니?"

"그냥 놀았다."

"너는 신부님은 안되겠다."

"잘못했습니다."

"천주님의 어여쁜 자식으로 살아야 할 건데, 어머니는 그게 걱정이다."

"제가 어머니 자식이지, 왜 천주님의 자식이에요?"

아직 어린 수환에게는 어머니의 엄한 가르침이 야속하기만 하다. 

 

"어머니, 저기 저 산 너머에는 뭐가 있어요?"

"저 산 넘으면 어머니 고향인 대구가 나온다."

 

"내 마음밭에 무슨 씨앗이 심어졌는지 어떻게 압니까?"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봐야 보이는 게 있는 거다." 

 

"저기 저 산 너머에는 내 고향이 있다. 여기 앉아 있으면 자꾸 저 산 너머로 가고 싶어 진다."

신부보다 인삼장수가 되고 싶었던 수환이 신앙의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3. 배경 

2020년 선종 11주기를 맞은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은 영화 <저 산 너머>가 개봉되었다. 

영화를 연출한 최종태 감독은 개봉에 대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언가 힘이 작용했고, 나는 하나의 도구로 쓰였을 뿐 내가 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성당 문도 닫힌 마당에 누가 추기경 영화를 볼까 걱정했는데, 개봉에 앞서 가톨릭 미사가 재개된다 하네요."라고 이야기했다. 

 

<저 산 너머>를 기획한 것은 영화 개봉일로부터 9년 전이라고 한다. 종교의 벽을 넘어 사랑을 실천해 온 김수환 추기경의 삶과 정신에 매료된 감독은 김수환 추기경의 책을 찾아보다가 <바보 별님>이라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은 김수환 추기경의 10주기인 2019년에 원래 제목인 <저 산 너머>로 바뀌면서 이 영화의 원작이 되었다고 한다. 

 

<저 산 너머>를 제작하는데 있어 출연 배우와 투자자를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아이가 주인공인 영화에 선뜻 출연하겠다는 배우도 없었으며,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처럼 투자자가 나타난다. 이웃인 대학교 교수에게 하소연을 하니, 한 마을에 사는 건축가인 아이디앤플래닝그룹 대표 남상원을 소개해줬으며, 남상원 대표는 <저 산 너머> 책을 읽었고, 바로 마케팅 비용을 포함하여 제작비 전액 투자를 약속했다고 한다. 

남상원 대표는 불교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김수환 추기경을 존경해왔다고 한다. 

<저 산 너머>는 불교신자가 만든 추기경의 삶을 그린 영화인 것이다. 

 

최종태 감독은 신학을 전공한 개신교도였으나 개인적인 계기로 가톨릭으로 개종했다고 한다. 

감독이 기억하는 김수환 추기경의 만남은 민주화 열기가 뜨거웠던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감독은 명동성당에 피신해 있던 시위 학생들을 잡으러 온 경찰에게 김수환 추기경이 한 말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경찰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보게 될 것이고, 나를 쓰러뜨리고야 신부님들을 볼 것이고, 신부님들을 쓰러뜨리고야 수녀님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그다음에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저 산 너머>를 연출한 감독은 이 영화가 종교 영화가 아니라 김수환 추기경과 어머니의 삶이 담긴 가족 영화라고 이야기한다. 

 

영화에서 어린 수환역을 맡은 아역배우 이경훈은 260 대 1의 경쟁을 뚫고 발탁됐다고 한다. 

외모도 닮아야 하며, 연기력도 뒷받침되는 아역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아역배우 이경훈이 발탁된 이유는 때 묻지 않은 연기와 옆모습을 보았을 때 긴 인중이 김수환 추기경과 닮아서라고 한다. 

 

4. 나의 소감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김수환 스테파노-

김수환 추기경이 가장 좋아했다는 성 프란체스코의 기도문처럼 <저 산 너머>라는 영화는 나에게 작은 치유가 되어준 영화이다. 

종교가 없는 나에게도 이 영화는 종교적인 부분보다는 한 가족의 삶 그리고 사랑이야기로 다가온 영화이며, 아역배우들의 귀여움에 미소 짓게 만든 영화이다. 아역배우들의 연기에 한 번 놀라고, 성인 배우의 연기에 또 한 번 감탄했다. 가족의 사랑이 얼마나 따뜻한 지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나는 감동에 빠져있을 때 영화를 함께 본 지인은 어린 나이의 아이가 저렇게 철이 든 모습일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져있었다. 아무래도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인 요소와 아픈 아버지, 고생하는 어머니로 인해 철이 빨리 든 아이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수환의 모습은 너무나 순수하고, 밝고, 용감했던 마음이 따듯한 아이였고 따뜻함을 주는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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